삼남길 경기도 230리·평택구간 81리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길, ‘삼남길’의 성공 열쇠

 
조선시대 육로교통의 중심축인 ‘삼남대로’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도보길 ‘삼남길’이 지난 5월 본격 개통됨에 따라 <평택시사신문>에서는 모두 8회에 걸친 기획연재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연재 마지막 순서인 ‘삼남길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지상대담을 진행했다. 토론자들은 최근 ‘길’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개통된 ‘삼남길’의 현황과 활용계획·문제점과 개선방향·평택지역 삼남길에 대한 제언·유익한 활용사례 등 전반적인 사항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편집자 주 -

 

 

 ■ 현대사회에서 길의 중요성과 활용 사례
제주 올레길 이후 만들어진 길 590개
풍광과 더불어 스토리텔링 개발 필요

김영돈 : 올레길 이후 우리나라에 만들어진 길은 590개 정도이며 작은 단위의 길까지 합치면 1689개에 달한다. 중앙부처에서 만든 것도 있고 지자체에서 만든 것 등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같은 길에 중복 예산이 투입되기도 해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나의 길에 이름만 11개인 경우도 있다. 경기도에서는 옛길 조성관리에 대한 조례가 경기도의원 발의로 제정돼 내년부터는 경기도에 조성된 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필대 : 평택 삼남길 코스는 봄에는 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등 계절별로 특징이 있다. 삼남길이 정착되기 위해 개선해나갈 것도 민·관에서 공동으로 해야 할 것이며 언론사나 학교에서도 함께 하면 좋을 듯하다.
정대훈 : 경기도의 특징은 도시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군산의 ‘구불길’이나 의정부의 ‘소풍길’ 등은 도심지와 도심지를 둘러싼 녹지를 활용한 사례였는데 도시를 감싼 그린벨트를 주축으로 한 코스와 도심지를 관통하는 코스가 있어 이번 경기도 사례에 참고했다. 이런 길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바로 스토리텔링 구축이다. 군산은 채만식 선생을 활용하고 의정부에서는 천상병 시인에 대한 스토리를 활용하고 있다. 제주 올레길처럼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길이 없는 한 스토리텔링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김해규 : 10여 년 전 부터 시민이나 학생들과 함께 삼남길을 걸었는데 그 좋은 길이 도시개발로 묻혀가고 있어 아쉬웠다. 삼남길은 역사와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힐링과 지식·교양이 함께 곁들여지는 길이었으면 한다. 인문학적인 요소가 곁들여져 있다는 것이 삼남길의 장점이다. 스토리텔링은 마을과 마을사람들의 삶이 주가 돼 정서적 감동과 인문학적 감동을 준다면 좋겠다. 유럽 등지를 여행할 때 유명한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것도 좋지만 마을을 방문해 각색되지 않은 삶을 접했을 때의 감동은 특별하다. 삼남길도 그랬으면 한다.

▲ 삼남길 칠원동 새말 구간
■ 삼남대로와 삼남길의 역사적 의미
삼남길에 대한 정의 지도에 명시해야
개통 후 불편사항 지속적으로 개선

김해규 : ‘삼남길’은 ‘삼남대로’ 코스가 아니다. ‘호남로’나 ‘제주로’라 불러야 한다. 개념정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삼남길은 삼남지방으로 내려가는 여러 길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가는 것이 맞다. 이런 것을 지도에 명시해주는 게 필요하다. 옛 길을 최대한 살리되 역과 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쉼터도 있어야 한다. 단순히 도심을 지나는 길이 아니라 역사와 의미가 있는 길로 만들어야 한다.
김영돈 : 장거리 여행코스다 보니 중간에 잠자고 먹고 쉬는 곳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부족하다. 삼남길이 활성화되면 올레길에서 생긴 것처럼 자연스럽게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시설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삼남길은 우리나라 장거리 도보코스면서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길로 만들고자 했다. 경기도차원에서 추구하는 것은 부드럽게 이어지는 흐름성이다. 개통 후에도 불편사항에 대한 접수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표시를 다시 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해서 이용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외부사람들이 걸을 때  교통·숙박 등 인프라가 필요한데 이에 따른 투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걷기편한 길, 삼남길 현황과 활용
경기 삼남길 90.1㎞, 평택구간 31.9㎞
지역 역사·문화·산업자원 관광화 중요

김필대 : 평택 삼남길을 걸어보고 차로도 지나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 경기도 전체 삼남길 코스 90.1km 중에서 평택이 차지하는 구간이 31.9km라 2~3일은 나눠 걸어야 할 만큼 긴 코스다. 교통상 제약 등의 부분은 경기문화재단이나 경기도·평택시에서 힘을 합쳐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신규 공무원 교육 때 걷게 한다든지 일반 교육을 체험하도록 강구해서 활성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에는 크고 작은 축제들이 많다. 삼남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런 지역의 작은 축제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도 좋다.
김해규 : 평택시의 도움은 예산확보다. 도로를 만들 때 걷기 좋게 하고 쉼터나 음료대·대중교통 연결 부분은 당장은 어렵지만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했으면 한다. 평택구간이 31.9㎞라 길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걷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간 전체를 놓고 보기도 하지만 구간마다 나누어 걸을 수 있도록 유도하면 구간별로 활용할 수 있다.
정대훈 : 현재 활용 프로그램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있다. 1주일에 하루씩 4주차 동안 전체구간에 대해 진행하며 현재까지 두 번 진행했다. 지역 중·고교생과 성인대상 프로그램, 지역의 명사를 초청해 같이 걷는 프로그램, 지역 특화된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방안 등이 있는데 천천히 하나씩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삼남길이 자생력을 갖고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역이나 민간단체와 밀착해 진행해야 한다.
김영돈 : 평택구간을 답사하고 개척하면서 느낀 것은 다른 지방들과 비교해 봤을 때 관광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여행이나 관광을 위해서는 아직까지 평택을 찾지 않지만 향후 평택을 찾을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삼남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진위면 가곡리에 있는 배나무 밭은 광양 매실축제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걸 살릴 수 있다면 지역뿐만 아니라 평택 전체를 살릴 수도 있다. 삼남길에서 축제가 열리면 주민 자체적으로 민박도 생길 것이다.
김해규 : 평택은 평택만이 가진 관광자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평야·하천·배꽃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많이 걸었으면 한다. 길도 처음이 중요하다. 성급하게 밀어붙일게 아니라 차근차근 인프라와 프로그램·스토리텔링으로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 진위면에 있는 야쿠르트와 매일유업을 삼남길을 걷는 아이들과 연계하는 콘텐츠나 진위면 대단위 채소단지, 다양한 농사 관련 체험을 비롯해 마산리 오룡동줄다리기 등 축제와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은 잠시 중단된 것들도 약간의 지원만 하면 주민들이 할 수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작은 박물관을 만드는 등 지역 문화유산을 잘 살려놓으면 삼남길도 살 것이다.
정대훈 : 애플리케이션 활용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역에 관한 세부 노선안내 등 활용도를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노선을 따라 길에 담긴 스토리보드를 세우는 것도 있다.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향토문화·스토리·도보에 관한 일반적 상황 등을 담아 걷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삼남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삼남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사유지 통과·농작물 피해 대책 마련해야
다양한 목소리 듣는 소통의 노력 필요

김영돈 : 삼남길에 사유지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평택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그런 사유지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또한 농작물 피해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도보시 안정성에 관한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은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에 위험요소를 공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김해규 : 덕암산에서 원균 장균 묘 쪽으로 가는 길은 여름엔 그늘져 좋지만 위험성이 많다. 그 길보다는 역사적 의미 있는 옆쪽 안전하고 걷기 편한 길로 우회했으면 좋겠다.
정대훈 : 길에 관한 지적이 있을 땐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작업이 필요한 부분을 얘기해주면 대책을 찾을 방안이 충분히 있으며 변경되는 코스도 많이 있다. 평택 삼남길이 개통된 지 얼마 안됐는데 문제구간이 있으면 개선하겠다. 기존 삼남길보다 더 좋은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사회자 : 기존 역원 등을 활용하는 건 마을기업이나 마을단위 어르신들이 관여했으면 좋겠다. 강원도에는 옛 주막을 그대로 활용해 문화원에서 운영해 마을소득을 올리고 있는 곳이 있다. 평택에도 곳곳에 이러한 시설들을 만들어 주민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네트워크가 잘 돼야 한다. 지역에서 고민하는 사람들과 연계해서 찾는 노력 필요하다. 개발지는 문제소지가 많아 그런 부분은 열어놓고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 삼남길 활성화 방안·운영 제언
폐자원 활용 주민 참여 방안 마련해야
지속 가능 삼남길, ‘민·관 협치’ 관건

김영돈 : 많은 돈 투자하는 것보다 현재 있는 것을 활용해 주민들이 참여해도 좋을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운영해도 된다. 안 쓰는 건물이나 회관 등을 활용해 운영하면 되는데 평택은 그런 활용 요소가 많아 다른 지역보다 빨리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해규 : 폐가를 활용하게 되면 지역주민의 활용이 가능하다. 길을 누가 걷느냐고 하는데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고 걸을 때 그분들이 요구하는 음식도 그런 것이다. 주변 산물들을 활용한 건강식으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고 식혜나 농가에서 준비한 음식 등을 제공하거나 지역 먹거리를 직거래 하는 곳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김영돈 : 지리산 둘레길이 초창기 호응을 얻은 이유는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들을 길 위에서 팔았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무인 판매소에 농산물을 늘어놓으면 아침에 걷는 사람들이 사가는 재미가 있었다.
정대훈 : 도보길은 만든 것 보다 관리나 운영이 문제다. 자생력 갖고 오래가는 길은 민간과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것이다. 삼남길을 어떤 운영모델·수행모델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역이나 원을 활용하거나 지역특산물 판매, 크게는 지역 협동조합이나 민·관 협력으로 자생력을 갖는 게 필요하다.
사회자 : 행정이 갖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노인가족여성과에는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문화재를 청소하는 ‘문화재지킴이’가 있는데 이들이 삼남길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한다든지 ‘삼남길지킴이’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예관광과는 ‘삼남길 해설사’를 만들어 역원을 거점으로 활용하고 ‘숲해설사’는 숲에서 활동하면 좋겠다. 삼남길 구간에도 개인 미술관이 있는데 적게라도 전시비용을 지원하거나 찾아가는 공연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농업정책과는 로컬푸드 이동직매장이나 지역농산물 판촉행사 등도 삼남길에 가서 하면 삼남길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자치행정과는 칠원동 새마을운동 발상지에서 회관에 기록물전시 등도 하면 좋겠다. 시의 각 부처마다 하는 사업이 많다. 그걸 삼남길 활성화를 위해 함께 연계하면 좋을 것이다.
김필대 : 사람유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지역에 찾아오면 농산물 직거래나 주막은 자연 발생될 것이다. 공무원이나 학생들이 걸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향후 수익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에는 분기마다 ‘삼남길협의회’가 있어 회의를 하는데 시·군별 문제점을 얘기하고 개선점을 발굴해 발전시키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평택시에서도 민간하고 함께 이런 협의회를 구성해 개선해 나갈 것이다.
김해규 : 지역주민들이 사랑하지 않는 것은 외부에서도 관심가질 수 없다. 지역주민들이 이 길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대훈 : 삼남길은 현재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중간과정이다. 지역사회의 호응도 필요하고 관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지적이 절실하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신문의 문제제기와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도 이런 의견취합 과정이 있어서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많았으면 한다.
김영돈 : 길은 많은 사람들이 걸어야 한다. 각 기관단체가 항상 많은 의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이다. 홍보나 행사는 각 단체별로 신경 써서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지역에서의 참여도 많아질 것이다.
김해규 : 길은 소통의 도구다. 평택에 만들어진 삼남길을 계기로 사람과 물자뿐만 아니라 평택의 문화유산들이 경기도와 전체와 소통해 즐길 수 있는 길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김필대 : 전라도에서 시작해 경기도 역시 완성단계에 접어들어 개통식까지 했는데 앞으로도 여러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 좋은 방안이나 개선해나갈 부분을 의논하면 좋겠다. <평택시사신문>이 삼남길 활성화를 위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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