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의 플라타너스 길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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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파내고가
정석이라고 생각한다면
자랑할 것 없는 평택에서
무엇을 자랑하겠는가.
이해 못한다는 말 보다
왜 이해 못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이런 일들이
가볍게 잊힐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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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리만큼 우리나라는 옛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중요함은 항상 뒷전에 밀려있다.
1960년대 중반 옛 중앙청에서 남대문까지 길을 넓힌다고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인 덕수궁 담을 헐었다. 길은 넓어졌으나 돌담이 아니고 철물로 만들어진 담을 만들어 덕수궁 안이 보이게 했다.
더 가관인 것은 길을 넓히다보니 덕수궁 정문이 길 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그 앞뒤로 차가 달렸던 이상한 꼴이 되었다. 만약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당시 이 광경을 봤다면 뭐라고 생각했을까. 그때는 문화재가 차보다 못했다.
옛 송탄읍 시절에는 서정리 못가서 점촌 대춧골 국도에 수백 년 되는 아름다운 우리나라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길을 넓힌다고 무식한 송탄읍장과 의식 없는 담당 공무원이 그 가지 절반을 싹둑 잘라 희한한 꼴을 만들었다.
그러더니 언젠가 그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그 위를 아스팔트가 덮었다. 그래도 새마을운동 잘 했다고 정부에서 칭찬하고 표창을 줬을 것이다.
수백 년 이라는 세월을 40년도 안 되는 세월과 바꿔버린 이 한심함이 이제 또 길을 넓히겠다고 한다. 평택~용인 간 45호 국도의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나무들을 단순한 생각만으로 잘라내고 몇 그루를 이식한다면 앞서 말한 그 아름다움을 누려야 할 사람이나 앞으로 살아가야 할 후손들에게 우리가 남길 것은 과연 무엇인가.
미래가 누려야 할 것들을 현재에서 파기해 버린다면 미래는 과연 누구를 위한 미래로 남을 것인가. 심도 있는 깊이로 저울질 할 필요가 분명 있지 않겠는가.
자르고 파내고가 정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나마 자랑할 것 없는 평택에서 자랑할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이해 못한다는 반문의 말 보다 왜 이해 못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이런 일들이 가볍게 잊혀져갈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나는 송탄 지역에서 아파트 벽화를 그리면서 살아간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새순이 돋듯 나무들이 어느새 새파랗게 변해 그늘을 주고 가을이 되면 그 고운 빛깔로 다음을 기약하고 떨어져 내리는 낙엽을 쓸어낸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에게 귀찮은 존재는 나무가 아니고 그 아름다움과 그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가지를 싹둑 싹둑 잘라내는 인간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 길에는 차가 기어가고 있는가?
그래서 그 아름다움을 지워버리려고 하는가?
순간의 잘못은 후회를 남기고 미래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어이 몽땅 베어버리고 후회하려는가 묻고 싶다.
“자연이 인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바로 자연 속에 있다”라는 사실을 부디 깨달았으면 좋겠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순조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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