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체성 뺏는
길들이기 행정 사라져야 한다

무조건 사람 동원해야 ‘잘된 사업’이란 평가는 잘못
예산의 효율적 지원방식,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해야

▲ 이수연 전 평택예총 회장
▲ 김덕일 평택농업희망포럼 운영위원장

 

 

 

 

 

 

 

 

 

 


■ 사회 : 박성복 평택시사신문 부사장
■ 대담 : 이수연 전 평택예총 회장,  김덕일 평택농업희망포럼 운영위원장


이번 6·4지방선거에서 평택지역의 화두는 ‘소통’과 ‘참여’였다. 공재광 제8대 평택시장 당선자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임한 것이 당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된다.   <평택시사신문>은 ‘공재광 평택시장, 이것부터 바꿔야…’라는 주제로 지역의 각계 전문가들과의 토론으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지면에 게재함으로써 현재의 평택을 진단하고 미래의 평택을 만들어가는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박성복 : 시민사회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복지·체육·경제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체계화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가하면 예산지원의 결정권을 쥔 지자체가 권한을 이용해 행사의 주최권이나 명칭·진행방식·의전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길들이기 행정’으로 시민사회단체와의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산이나 주최권 박탈, 사업의 자율성 훼손, 지나친 의전 요구 등 ‘길들이기 행정’의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이수연 : 10여년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예산을 지원해주는 모든 행사의 주최가 평택시로 되어 있다. 시가 주최권을 갖는 건 평택시가 문화예술 행사를 이렇게 했다고 보여주기 위한 성과주의, 또는 건수를 갖기 위한 병폐다. 예산지원 때문에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단체도 문제다. 단체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예산자체가 소액 편성과 나눠주기식 편성이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차라리 과감하게 예산을 세워서 행사가 제대로 틀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은데 예산을 달라는 곳 다 주게 되면 예산을 쪼개줘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줄서기가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김덕일 : 광우병 파동 때 시민사회단체가 촛불행사를 했는데 중앙정부에서 그 단체의 보조금 전액을 삭감한 경우도 있다. 한중FTA 문제나 쌀 개방 문제가 대두되면 이와 관련한 몇몇 단체들은 집회를 하고 현수막을 걸게 되는데 정부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관련부처에서 단체에 전화해 걸어놓은 현수막을 떼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보조금을 안 받아도 끝까지 하겠다는 단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단체도 있다. 민간단체 길들이기의 전형적 사례다. 또 사업의 성격에 따라 오피니언 리더그룹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있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있음에도 행정에서는 무조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여야 잘 된 사업이라 평가한다. 그렇게 되면 사업 내용보다는 형식위주로 될 수밖에 없다. 각 단체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거기에 있다.

박성복 : 현행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사업예산 지원방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이수연 : 1월 28일 ‘지역문화진흥법’이 공표되고 아직 시행령이 나오진 않았지만 금년 7월 28일부터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획기적인 전기가 생길 것 같다. 법의 골자는 생활문화개념으로 동아리활동이나 생활문화시설에도 지원하고 지역문화 전문인력양성 지원 등이다. 시의회까지 통과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만이라도 법의 취지에 맞게 거버넌스 개념으로 진행했으면 한다. 또 하나 문제는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위원들이 전문 지식이 없어 그들에게 예산을 어느 정도 줘야하는지 잘 모른다. 이렇게 되면 예산을 쪼개는 식밖에 안 된다.

김덕일 : 사회단체보조금은 거버넌스 개념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의제21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환경부에서 9억 원 정도의 예산을 받는다. 또 시·군 단위 의제들은 1억 이상의 시·군 보조금을 받게 되는데 사업비와 인건비 보조 등이다. 거버넌스는 일부 사람들만 논의하는 형태가 아니라 가령 농업분야라 할지라도 복지나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하고 함께 협의하고 방향을 정립하는 시스템이다.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수연 :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이어서 전문성이 없다. 그러니 작년과 비교해 예산을 주게 되고 사업의 타당성 평가를 하는 기회는 없다. 또 예산편성에 대한 자율권을 실제 단체와 가장 밀접한 해당 팀이나 과 등 하부조직에 줘야 하는데 국이나 예산부서 등 상부에서 판단하다 보니 편성이 제대로 안되고 눈치만 보게 된다.

김덕일 : 일몰제를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 단체성격에 따라 3년 일몰제를 시행하며 사업 예산을 줄이거나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업 자체가 시민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면 평가단위에 따라 그 사업을 추진할 때 그대로 하거나 확장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수연 : 효과나 파급력에 비해 예산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몰제지만 평가를 통해 정말 잘 한 사업이라면 예산을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키워주는 것도 일몰제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전문가가 해야 한다. 문화예술 사업의 경우 예술성과 대중성은 분명 다른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예술성을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김덕일 : 경기의제21의 경우 지속가능평가위원회가 상설기구로 있다. 각 위원회 사업들은 외부 전문가그룹이 참여한 위원회가 수시로 체크한다. 항목들을 결정할 때는 소속 단체들과 함께 논의해서 기준을 만든다. 5년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걸 검토한다. 평택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부의 좋은 사례를 검토·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박성복 : 그럼 단체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이수연 : 평택예총이 하는 기획공연이 있을때 평택시가 단체 섭외나 예산 배정을 다 결정한 후 예총에서 진행하라고 한다. 형식적으로는 예총이 하는 거지만 결국은 평택시가 좌지우지 하게 된다. 단체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되기까지 빌미는 평택예총이 먼저 줬지만 실패하더라도 자생력과 기획력을 키워줘야 한다. 평택시가 직접 나서서 하는 건 지역예술을 정체시키는 행동이다.

김덕일 : 로컬푸드직매장의 경우 핵심내용은 우리지역 중·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을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시민에게 유통하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중·소농은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판매 성과 위주로 가다보니 가공식품과 축산물 판매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근본적인 것이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처음 사업 시작할 때부터 행정부와 개념정리부터 제대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박성복 : 시민사회단체 사업예산 지원의 또 다른 문제는?

김덕일 : 가장 큰 문제는 상근자 인건비 등 경상적 경비 문제다. 현재는 지원경비 대부분이 사업비만 주지 인건비 등 경상비는 못쓰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예산을 받는 시민사회단체가 편법을 쓰도록 만드는 사례가 많다. 최소한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경상경비 지원도 포함돼야 한다.

이수연 : 전문성 있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시설 운영에도 프로그램 운영비는 거의 없고 유지비만 준다. 그러니 시설 유지 등 명맥만 유지하고 활동은 못하고 있다. 예산이 많은 도시에만 문화예술이 있는 건 아니다. 시장의 관심과 마인드가 있다면 문화예술 등 시민사회단체의 참여와 활동이 활성화 될 수 있다. 

박성복 : 시민사회단체 지원사업을 일률적으로 규정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효율성 있게 예산을 집행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문제가 있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기존 제도를 보완하고 새로운 지원·관리·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바로 공재광 시장의 과제일것이다.


정리/임봄 취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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