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한다지만
지금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버려서는 안 될
마지막 자존심이 있다면
그건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 것,
씨앗 받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래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요즘에는 씨앗을 받아 뿌리면 F1 씨앗(우수한 종자끼리 교배해서 만들어낸 종자로 그 우수한 형질이 유전되지 않기 때문에 해마다 육종된 새로운 씨앗을 구입해야 한다) 육종이 진행되면서 씨앗을 종묘회사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가에서는 씨앗을 받아야 할 수고도 필요 없고 맛이 없거나 외견상 볼품없는 열매가 나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재배기술은 단순화 되고 농사는 그저 아무나 지을 수 있는 일쯤으로 여겨진다.
쌀 수입 개방이 되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고민하면서 씨앗이야기를 생각해 낸 것은 몇 해 동안의 텃밭농사를 통해 농사짓는 것보다 사 먹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내가 씨앗을 스스로 받아 땅에 뿌리고 그것이 안착하여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그 씨앗이 다시 돌아오고 그 열매가 주는 제 각각의 맛과 형상들이 우리 입맛과 몸에 맞아가는 신토불이와 순환의 삶을 더 이상 살아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쌀 수입이 개방되면 외국의 쌀을 값싸게 사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소비자는 그래서 쌀이 수입이 되든지, 말든지 그렇게 수입하는 쌀로 인해 농가들이 벼농사를 포기하고 이제 씨앗 받는 법을 잊어버려 대물림이 끊기듯이 벼농사를 지을 줄 모르는 세대들과 얼만큼 공존할 수 있을지도 모를 삶을 그냥 살아야 할까?
얼마 전 중국산 표백제 찐쌀이 정부의 허술한 규제로 인해 각종 가공식품과 학교급식·유기농으로 둔갑하여 소비자들에게 이용되었다. 수입쌀 가격과 국산 쌀 가격 차이는 서민들을 또 한 번 울린다.
대물림 하며 지은 농사가 아닌 대량생산·대량공급 체제하에서의 산업농은 안전해야할 먹거리 체계는 물론이거니와 공급과 가격 불안으로 서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농산물은 유사시 서민가계를 지키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쌀 개방이 되면 외국의 다국적 기업이 쌀을 독점하게 된다. 카길(Cargill)을 비롯한 4대 곡물메이저 회사들이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 곡물 저장시설의 75%, 운송을 위한 항만시설 50%를 점유하고 있다. 자체 인공위성을 운영해 세계 곡물작황을 분석하고 선물(先物) 시장에 개입하는 등 세계 곡물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5번째 곡물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전체 곡물 수입량의 60% 정도를 이들 곡물메이저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산물은 먹거리이고 그래서 생명이다. 생명이기에 대물림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한다지만 지금 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부들이 버려서는 안 될 마지막 자존심이 있다면 그건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 것, 씨앗 받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래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그 농부들을 배반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처마에 옥수수를 걸고 씨앗을 받아 말리듯이 생명의 밥상을 지켜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소비를 먹고 사는 정직한 괴물이다. 무엇을 소비할지 무엇을 지켜야 할지 소비자들이 먼저 깨어있어야 할 때이다.

 

 

▲ 이명희 주민
평택시 오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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