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부과체계 논의는
기본원칙에 접근하면서
사회적 정의를 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안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의
보험료 부과체계 입법은
충분한 논의·사회적 합의를 이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체계로 개선되길 바란다


얼마 전 퇴직하신 지인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던 중 건강보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직장에 근무할 때 300만원 받은 월급에서 9만 원 정도 나오던 보험료가 소득이 없어진 현재에는 20만원씩이나 나와 공단에 전화를 해보니 직장에 30년간 근무하며 은행융자를 껴서 어렵게 마련한 4억이 조금 넘는 아파트와 자동차가 있기 때문이란다. 함께 퇴직한 다른 동료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가 있어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며 퇴직 후 월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 보험료는 2배 이상 올라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한다.
이 같이 실직해서 소득이 없거나 감소했는데도 보험료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며, 자녀의 직장 유무에 따라 보험료 납부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직장에 다니는 부모 밑에 태어난 아이는 보험료 부과대상이 아니지만 실직으로 직장이 없는 부모 밑에 태어난 아이는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에게 차별을 두는 것이 건강보험료이다. 그 이유는 지난 25년간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흘러온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가 가입자의 부담능력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건강보험업무를 관장하는 공단 이사장까지도 양심의 고통을 느낀다고 호소할 정도이겠는가.
2012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인구는 약 741만 명으로, 그 중 임금근로자는 325만 명으로, 오는 2015년엔 60세에 진입해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될 전망이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후 준비가 미흡한 생계형으로 파악됐다. 만일 현재의 부과체계가 개편되지 않을 경우,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이후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게 돼 단순한 민원증가뿐만 아니라 이들의 생계문제와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현행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개선방향에 대해 국민의 이해와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전국민 개개인에게 발생되는 소득을 파악하여(현재 소득파악률 92.2%, 양도소득 퇴직소득 상속 등을 포함한 경우 95%수준) 건강보험료를 책정하여 자신의 소득만큼 자신의 보험료를 예측할 수 있도록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로 개편되어야 한다.
이는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일이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세계적인 롤모델로써 베트남·가나·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오만 등 여러 개도국에서 ODA공적개발원조사업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이렇게 훌륭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능력에 따른 부담과 필요에 따른 이용’이라는 사회보험의 기본원칙에 보다 충실해야 할 것이다. 보험료 부과체계 논의는 기본원칙에 접근하면서 사회적 정의를 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9월 정기국회에서의 보험료 부과체계 입법논의를 앞두고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체계로 개선되길 바란다.

▲ 박명금 고문
녹색어머니연합회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