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관세율의 수입쌀을 먹든
우리가 생산한 우리 쌀을 먹든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수입해야 먹을 수 있는 밀가루처럼
언젠가 미국 쌀이나 중국 쌀이
우리식탁을 전부 차지하고 나면
그제야 우리 쌀을 찾아야한다고
법석거릴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쌀 시장을 개방한다고 7월 18일 밝혔다. 농업 약소국인 우리나라에서 쌀 관세화가 유리한 것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쌀 관세화로 개방을 하면 적지만 수입쌀이 유입될 것이고 결국은 쌀 생산농가의 경쟁력이 저하된다. 농업인의 탈농현상을 앞당길 것이고 그리되면 자연히 쌀 자급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 수입물량의 증가를 당연하다는 듯이 관여하게 될 거고 결국은 수입물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개방이 될 것이다.
쌀 관세화와 관세율 등 매스컴이나 지면을 통해 습득한 것을 농업인의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8월 12일자 <한국농어민신문>의 우리 쌀 지키기 전략에 대한 기사에 의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300~500%의 관세를 예상하고 있다는 식의 언급만 하고 금년 9월 WTO에 수정 양허표를 통보할 때 밝힌다”라고 했다. 그러나 고율 관세를 설정한다 해도 통상협정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은 그 피해는 우리 농업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며 정부에 대해 불신만 깊어질 것이 자명하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오래전부터 지인들과 식사를 하러 가면 밥을 먹어야 쌀이 소비되고, 쌀이 소비돼야 우리농업이 살 수 있으며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다닌다. 때로는 나하고 밥 먹는 게 부담이 된다고도 하고, 다시 만나게 되면 쌀을 얼마 샀다고도 말한다. 우리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우리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뜻으로 ‘평생평소·平生平消’란 말을 로컬푸드와 접목시키기 위해 평택시나 평택시농업기술센터와 준비한 적이 있다. 결국 ‘평생평소’란 말은 어디 갔는지 모르게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러면 우리가 주식으로 하고 있는 쌀이 과연 가계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짚어보자. 평택 슈퍼오닝 고시히까리 최고 품질 쌀은 20kg 한 포대에 6만 원 가량 한다. 80kg 한가마로하면 24만 원 하는 게 된다. 보통 20kg 한 포대면 4인 가족이 한 달 정도 소비를 하게 되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30일×6만 원, 즉 하루 2000원의 밥값이 된다. 다시 4인으로 분배를 하면 1인 소비하는 밥값은 부식 값을 제외하고 한 끼 당 700원 정도를 소비하는 셈이다. 요즘 유행하는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잔 값이 3000원에서 5000원 정도하는데도 우리는 부담 없이 주머니를 비운다. 그러면서도 정작 한 끼 당 700원 정도밖에 안하는 쌀을 구매하는데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관세율을 책정해서 수입쌀을 먹든 우리농촌에서 생산된 우리 쌀을 먹든 시장논리라면 그건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우리는 이미 선행학습을 해본 경험이 있다. 우리밀이 사라져 이젠 수입해서 먹어야 하는 밀가루처럼 언젠가 우리 땅에 나는 쌀이 아닌 미국 쌀이나 중국 쌀이 우리식탁을 차지하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우리 쌀을 찾아야한다고 법석거릴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 안병무 감사
     한국농업경영인 경기도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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