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배려를 받아야 함에도
주위를 더 배려하는 그들의 모습이
내겐 큰 힐링이었던 것 같다.
 이 시간은 단순히 환우 분들만을 위한
힐링의 시간은 아니었다.
이번 여행에 함께한 가족과 봉사자들
이동하는 동안 만난 시민들에게도
힐링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 같다

 

 

 

▲ 한순엽 수간호사
굿모닝병원
푸른 하늘빛 아래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던 지난 10월 28일 평택호스피스선교회가 말기 암 환우,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남이섬과 춘천 소양강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제2회 호스피스 힐링캠프’를 진행하였다.
평택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환우 분들에게는 힘든 거리였을 텐데 아침 출발에서부터 도착까지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고 소싯적 친구들과 소풍가시는 것처럼 즐거워하셨다. 가을의 색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듯한 남이섬에서는 사진 촬영하기 좋은 장소나 예쁜 배경을 볼 때마다 정말 소녀처럼 즐거워하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을 하였다. 무엇보다 부부로 오신 분들은 예쁜 단풍을 배경으로 두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셨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가족에 대한 애절함이 울긋불긋한 가을 풍경 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리라.
저녁에는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여장을 풀고 함께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서는 가족이 서로의 발을 씻어주며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져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비록 간호사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그 분위기에 젖어 어느새 엄숙해졌다. 어느 한 노부부는 남편이 환우인 아내의 두발을 천천히 씻겨주고 마지막엔 호스피스에서 준비한 장미를 건네며 “직접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아내를 꼭 안아 주기도 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진 뒤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 내려갔다. 내 생각에 이들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적혀질 것 같았으나 정작 담긴 내용은 가족의 건강과 화목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허락된다면 내년에도 이 여행에 참석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싫어했다. 그리고 중년의 봉사자들에게 ‘아가씨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었으며 ‘말랐다’는 표현보다는 ‘날씬하다’는 말이 더 기분 좋은 말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분들과 함께 하는 동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위의 배려를 받아야 하는 힘든 가운데서도 주위를 더 배려하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 자체가 내겐 큰 힐링이었던 것 같다.
굿모닝병원과 벼룩시장·세교중앙교회의 후원을 받아 계획한 이번 행사는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평택 호스피스에서 일일찻집과 바자회를 시행하기도 했다. 인생의 힘든 굽이 길을 지혜롭게 잘 이겨내고 마지막 굽이길 어귀에 계신 이들과 함께한 이 시간은 단순히 환우 분들만을 위한 힐링의 시간은 아니었다. 이번 여행에 함께한 가족 분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이동하는 동안 만난 많은 시민들에게도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였던 것 같다.
이 여행이 횟수를 더하며 꾸준히 지속되어지길 희망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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