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저 항상
오빠들을 위해서 기도해요.
제발 오빠들을
한국으로 오게 해 달라고
북한 사회가
변하게 해 달라고요.
저의 간절한 마음이
저 하늘에 닿기를 간절히 바래요

 

 

미안하고 보고 싶은 나의 오빠들에게 쓰는 편지 / 강영아

큰오빠, 작은 오빠 안녕하세요.
오빠들에게 존댓말을 쓰려니 어색하네요.
오빠 아세요? 안녕이라 물어보는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이 미안하고 죄스러운지…

오빠들과 나, 이제는 16년이라는 세월을 헤어져 살았어요.
그동안의 그리움을 이 작은 종이에 적는다는 것 자체가
오빠들과 나만이 아닌 나라의 비극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잘 지내고 계세요? 정말 많이 보고 싶어요.

아빠, 엄마보다 나에게 더 큰 힘이 되었던 오빠들에게
남기고 온 것이라고는 마음의 상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같이 있을 땐 철없이 매달리고 응석만 부렸는데…
그땐 왜 그리 철이 없었는지…

큰오빠, 작은 오빠… 나 가끔 꿈을 꾸고는 해요.
우리 함께 뛰어놀던 바다의 백사장에서
다시 만나 그때처럼 웃으면서 놀고
눈 내리는 한겨울이 오면 큰오빠가 만든 썰매위에 앉아서
두 오빠가 밀어주는 썰매를 타며 다른 친구들 앞에 우쭐대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꿈을요.
다시는 이룰 수 없는 꿈이죠.

큰오빠가 군대에 간 후 맞은 첫 겨울에 그 썰매를 혼자 끌고 나갔어요.
그때 그 어린 가슴에도 얼마나 쓸쓸하고 슬프던지…
그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우리가 이렇게 떨어져 지내는 날이 올 줄은…

항상 따뜻하고 속 깊게 나를 챙겨주던 작은오빠…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군복입고 떠나가던 두 오빠 모습밖에 없는데
다시 만나면 못 알아보면 어쩌지?

오빠들 지금은 결혼도 하고 자녀들도 있을 테죠.
그 자녀들이 제 사진을 보면서 “아빠 이 사진 속 사람은 누구에요?”하고 물을 때
오빠들은 쓸쓸히 웃으면 고모라고 이야기해주겠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슬퍼할 오빠들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너무 아파오네요.

오빠 저 항상 오빠들을 위해서 기도해요.
제가 지금 오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오늘도 교회에 가서 두시간 동안 열심히 기도했어요.
제발 오빠들을 한국으로 오게 해 달라고 북한 사회가 변하게 해 달라고요.
저의 간절한 마음이 저 하늘에 닿기를 바래요.

한국에 와서 북한을 바라보니
하루라도 빨리 오빠들을 구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를 그렇게 부러워 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자유롭게 연락하는 분들이 너무나도 부러워요.
저도 용기를 내서 오빠들을 찾아보고 싶지만
혹시나 실패하게 되었을 때 오빠들에게 끼칠 피해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질 않아요.

꿈은 이루어진다는데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살아가면 꼭 이루어지겠죠?
오빠들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랐지만 이제는 저 혼자 당당히 설 수 있어요.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 강해졌어요. 오빠들 몫까지 더 열심히 살고 열심히 공부해서
오빠들이 오면 편히 살 수 있도록 돈도 많이 벌어 놓을게요.

남북이 통일되면 함께 고향에 가서 아빠, 엄마 비석도 다시 세워드리고
그 옆에 큰집 지어서 온 식구가 같이 행복하게 살아요.
그 날이 꼭 올 거라 믿어요.
그때까지 오빠들도 건강히 열심히 살아주세요.

우리 비록 꽃다운 시절에 헤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함께 하는 그 날을 바라보며 기운 내도록 해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우리 큰오빠, 작은오빠. 사랑해요.
제가 원망스럽더라도 저의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계세요.
우리 삼남매 꼭 만나길 기원하며…
 

 

 

 

함께 배워보는 북한말 남한말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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