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비용 들인 미군기지 공사,
마무리 단계에 계획 변경은 날벼락
평택, 연합사령부 용산체류 시
미군 허브기지로서의 의미는 퇴색해

 

동두천과 대추리 주민들이 반대해도
미군이전계획을 강행했던 것은
미군의 재배치전략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연합사가 용산에 그대로 남고
동두천 1개 여단도 잔류한다고 한다.
한미연합사는 전시에 한국과 미국의
원활한 협조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던
안보와 원활한 한미 협조를
이제 와서 이유로 대고 있는 것이다

 

▲ 전진규
경기도의회 前 의원
요즘 평택시 오성면 창내리 일원에서는 팽성 미군기지 인입 철도공사가 한창이다. 안성천 철교도 완공돼 열차를 기다리고 있고 팽성읍 동창리 등지에 진행 중인 건설공사도 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평택지역에는 2004년 7월, 용산기지와 동두천·의정부·포천·춘천 등지에 산재해 있는 미2사단 기지 등을 통합해 평택으로 이전하는 주한미군재배치계획이 확정된 이후 2007년 11월 착공을 시작해 이미 80%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평택기지에는 미8군 병력 2만 8000여 명이 이전해 올 것으로 예상되며 주한미군 사령부를 포함한 500여 개의 크고 작은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미군이 유입되는 평택지역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의 허브기지로서 평택항과 함께 국제도시로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529만 평의 고덕국제신도시 등 도시개발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군이 떠나는 동두천도 반환되는 공여지에 산업단지·대학·관광휴양지 등의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새로운 도시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서울시 역시 대규모 용산민족공원을 조성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미연합사 용산 잔류, 미2사단 화력여단 동두천 잔류라는 갑작스런 발표가 났다. 미군이전에 대비해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도시개발사업을 벌여온 해당 지자체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2004년 12월 미군이전계획이 국회비준을 받은 지 꼭 10년이 지났고 미군기지 확장공사 역시 마무리단계까지 들어간 지금, 생각지도 않게 계획을 변경해버린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한미연합사령부가 잔류하고 용산기지 전체 264만㎡인 80만평 중 17%인 45만㎡ 13만 평이 기지로 남겨지면 용산민족공원은 남북으로 갈라져 누더기 공원으로 퇴색하고 메인포스트 자리에 있는 근대 문화재 역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동두천의 경우 지역에 있는 3개 여단 중 시내와 인접한 미2사단 화력부대가 잔류하게 됨에 따라 기지촌의 오명을 벗어나 풍요롭고 쾌적한 관광휴양도시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찬 꿈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으니 전 시민들이 허탈과 분노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국군의 화력을 완전히 보강할 때까지 남겠다는 해명에 대해 동두천 시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미군이전을 계획대로 할 것처럼 해놓고 전방 안보는 뒷전으로 팽개쳤었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던 용산기지와 달리 평택시는 미2사단이 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지만 국방정책이니 반대만 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왕 모든 미군을 수용할 바엔 확실한 미군허브기지로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삼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합사령부가 용산에 잔류하게 됨에 따라 미군허브기지로서의 의미는 퇴색하게 됐다. 연합사는 미 육군대장인 주한미군사령관이 UN군사령부와 함께 겸직하고 있어 연합사가 용산에 잔류하는 것은 곧 주한미군의 핵심 지휘부가 평택기지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결국 평택미군기지는 덩치만 커지고 허브기지는 못 되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용산기지는 원래 1987년 대통령선거 당시 노태우 후보가 대선공약에 제시한 것으로 1990년 한미 양국이 한강 이남으로 이전한다는 기본합의서를 체결함으로
써 양국의 현안으로 등장했다. 2004년 7월 한미양국의 최종 합의내용에 따르면 팽성읍 도두리와 대추리 일원에 349만평 규모의 토지공여와 함께 30~40억 달러의 이전비용을 한국정부가 전부 부담하고 연합사는 사령관 연락사무소를 국방부 근처에 설치하며 한미업무협조단원 50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용산기지 내 드래곤힐호텔을 존치하고 군사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체제도 한국정부가 900만 달러를 들여 이전이나 대체해 준다는 조건도 달고 있다.
미국의 부시정부는 당시 3만 7000명 주한미군을 한반도의 전쟁억지 목적에만 묶어두는 것은 군사적 낭비일 뿐 아니라 전방의 병력을 인계철선(trip wire·북한이 공격할 경우 전방에 있는 미군이 자동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을 의미)으로 남게 해 북의 타깃으로 남겨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해외주둔 미군을 붙박이형 지역방위군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발발하는 전쟁에 대응해 언제든지 신속 출동이 가능한 기동 공격군으로 활용하는 군사정책 전환을 모색했던 것이다.
따라서 미 정부는 전방 방위는 국군에게 맡기고 미군은 평택으로 이전 재배치해 중동 등 도처의 테러 등 유사시에 대비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있었다. 이 같은 미군의 군사전략 변화는 당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이동해 평택 허브로 통합되면 군의 효율성이 증대된다. 이렇게 되면 전투 병력이 상당수 지원부대 성격을 띨 것이다. 그래서 평택의 허브에 제대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산기지 이전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 국민이다”라고 한 발언(조선일보, 2004년 6월 9일자)에서도 입증된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뉴욕시 센트럴파크에 외국군이 주둔해선 안 된다는 논리로 서울시 한복판의 미군도 빼줘야 한다며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밀어붙였던 것이다. 동두천과 평택 대추리 주민들이 총궐기하며 반대했음에도 미군이전계획을 강행했던 것은 바로 미군의 재배치전략이 확고부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미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막바지까지 다 온 상황에서 한미연합사가 용산에 그대로 남고 동두천 1개 여단도 잔류한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는 전시에 한국과 미국의 원활한 협조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던 안보와 원활한 한미 협조를 이제 와서 이유로 대고 있다.
또한 한미 국방장관은 내년에 미2사단 예하에 국군기갑여단을 만들어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고 평시에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다 전시에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평시’를 전제로 한다면 전시에 국방부와 합참의 긴밀하고 신속한 협의를 위해 한미연합사령부를 용산에 그대로 두겠다는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실제로 통합되지 않는 연합사단처럼 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기지에 두어도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주요 지휘부를 구성하는 주체인 연합사령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연합사령부가 평택기지로 이전하는 것과 용산에 남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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