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땅콩’에만 분노하는가?

 

나는 최소한 그래도
비행기나 부사장…
뭐 이런 정도와 동급同級이지
노동자에나 관심을 가질
‘싸구려’는 아니라니까!
하는 자기 착시현상인
‘보봐리즘’의
한 발상일 것입니다

 

 
지난 해 12월 5일 미국 땅 뉴욕을 떠나 서울로 오던 비행기 안에서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던 조현아가 원산지가 ‘호주’인 ‘마카다미아’ 땅콩 한 봉지 때문에 벌인 추태가 여전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그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2014년 11월 13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신청한 부당해고 무효소송이 대법원 원심파기로 졸지에 희망과 미래를 잃어버리며 날벼락을 맞은 지 꼭 한 달만인 12월 13일 새벽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 두 분이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에 있는 높이 70미터나 되는 굴뚝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습니다.
2009년 불법으로 해고된 2646명 해고노동자 가운데서 해고무효소송을 벌이고 있는 153명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불법해고를 당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난 26분 희생자 모두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항의였습니다.
그런데 기껏 해봐야 돈 1000원이나 하는 그 잘난 ‘땅콩’ 한 봉지에는 온 국민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눈에 불을 켜고 떼거지로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서 덤비며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2646명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벌이는 고공농성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부터 왜 모른 척 외면을 하고 있는 것인지요?
같은 시기 청와대 문건 유출사태가 또 나라 안을 뒤집었습니다. 한시도 평안할 날이 없는 국내 정세로 위정자들의 감추어진 치부가 들어나자 오직 한 가지로 권력자들은 현 정권에 충성하는 언론을 동원해 모든 것을 다 ‘찌라시’로 몰아붙이려다 보니 엉뚱하게도 어느 누군가는 ‘희생자’도 되고 또 어느 누군가는 ‘불쏘시게’도 되어야 했기에 이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것들이 다 종잡을 수 없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혼돈 속에 빠져들면서 쌍용자동차 불법 해고노동자는 또다시 그들의 정당성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채 그들이 살고 있는 평택 땅에서조차 ‘강 건너 불보기’가 되고 만 것입니다.
그렇다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처럼 5년이나 묵은 사건 때문에 사람들은 쌍용자동차 사태를 나몰라라하는 것인가요?
‘땅콩비행기’ 조현아는 일반 서민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최상위계층입니다. 그래서 그의 신분으로 최소한 이 나라 영토 안에서는 ‘무소불위’ 어디에서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행패를 부릴 수 있었기에 조현아는 집에서 기르는 짐승에게도 하지 못할 포악한 짓을 저지르며 화풀이를 했고 항공기 사무장과 승무원은 그 앞에서 노예나 하인처럼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던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서울로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산과 들과 섬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다 들고 일어난 요인이 된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시기와 질투, 패배의식 그리고 동물적 집단 방어심리와 함께 동물적 집단 공격성이 동시에 작동하며 폭발해서 ‘땅콩 조현아’를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조현아에 대한 비난은 ‘민심’이라는 탈을 쓰고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꺼지지 않는 들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이런 힘으로 반정부 시위를 하다가 잘 못 되는 날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고역을 치르겠지만 날만 새면 입에 거품을 물고 악을 쓰며 조현아를 욕한들 아무도 잡으러 올 사람이 없으니 겁날 것 하나 없습니다.
그러니 조현아에 대한 비판은 평상시에는 세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디에 가서 하소연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어 집단패배의식에 갇혀 살고 있는 힘없고 빽 없는 가련한 서민들이 때는 이 때다 하고 작심한 듯 내뱉는 넋두리요, 초라한 자화상인 것이지요.
어디 그 뿐 인가요! 쌍용자동차의 불법과 해고노동자 그리고 고공농성은 ‘땅콩 조현아’처럼 단군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우신 이래 처음 일어난 황당무계한 사건은 아니었지요.
더 더군다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신분이 낮고 별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홀대하고 천시하는 ‘노동자’에 불과합니다.
비행기 승무원이나 사무장이라도 되어서 하늘도 날아다니지 못하는 ‘주제’이기에 노동자에게도 등급이 있다고 업신여기며 아는 척도 안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나는 최소한 그래도 비행기나 부사장…
뭐 이런 정도와 동급同級이지 노동자에나 관심을 가질 ‘싸구려’는 아니라니까! 하는 자기 착시현상인 ‘보봐리즘’의 한 발상일 것입니다.
이렇게 온 나라 백성을 집단 도덕적 불감증에 빠뜨린 것은 바로 백성 위에 군림하고 있는 이 나라 이 정부政府와 해가 갈수록 나라를 망치고 있는 정치패거리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벌이고 있는 복직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탄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마땅히 되돌려 받아야 할 생존권을 찾는 것이 불법이라니요!
‘국민이 누려야 할 자유와 생존권을 박탈하는 이 정부 앞에서 비참하게 굴복한다면 그것이 바로 불법이고 위헌적僞憲的인 일이다’
비폭력 무저항 운동을 펼친 ‘마하트마 간디’가 부르짖은 말처럼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바로 이 나라 이 정부와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이 나라 재벌기업입니다.
침묵은 죄악이다.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권력과 기업에 동조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분노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그것이 바로 죄악이다.
온 나라가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2015년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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