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살아온 날들은 반드시
역사적 평가와 심판을 받는다.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순간순간 정직할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이 땅의 장래와 시민의 행복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올해는 그렇게 살자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지난주부터는 하릴 없이 노는 3학년 아이들을 상대로 10분 강의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수업시작 후 10분 동안 이야기를 하는 방식인데 상당히 반응이 좋다. 오늘은 ‘역사란 무엇일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했다. 사실 이 같은 질문은 역사수업 첫 시간에도 했었다.
아이들은 1년 동안 힘써 가르쳤는데도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이렇게 정의했다. ‘우리가 인생이란 길을 걷다가 문득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것’, ‘내 인생의 미래가 답답하고 희미해서 보이지 않을 때 역사 속의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는 것’ 그것이 역사다.
역사라는 학문이 서 있어야 할 자리다. 따져보면 필자의 말에는 한 가지가 빠져있다. ‘옳음을 실천하는 것’, ‘비판적으로 자성(自省)하며 자신과 세상을 바꿔가는 것’ 말이다.
연말연시는 문득 멈춰 서서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꿈꾸는 자리다.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향이 옳은지, 이렇게 살아도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 자성(自省)하는 시기다. 필자에게 지난해는 흐뭇했던 일들 이면에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었다.
흐뭇했던 일은 몇 년 동안 필요성을 절감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사라지는 마을조사’, ‘평택문화유산 지표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2015년에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마을지>가 제작되고 ‘문화유산 표석’이 세워질 것이다. 평택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지역사 강의를 했던 일도 흐뭇한 기억이다. 전국 6대 농악의 하나인 평택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실도 경사 중의 경사였다. 지역의 특정 인물이나 매력 있는 문화유산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평택농악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경하할 일이다.
흐뭇한 일들 이면에 아쉬웠던 일들도 무수히 많다. 가장 큰 아쉬움은 쌍용자동차 문제가 정치권과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그리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속에 ‘평택지역 통합 100주년 사업’이 표류하다 좌초된 일이다. 100년 또는 200년과 같은 기념일은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인데 이것을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려던 일부 정치가들과, 이 사업에 반발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을 보며 우리는 과연 어떤 역사의식으로 오늘을 사는지 의문이 들었다.
공무원 지역사교육이 단발성으로 끝난 점도 큰 아쉬움이다. 최소한 평택시의 시장과 공무원, 평택시의원이라면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고 평택지역의 공직에서 일하려면 체계적인 지역사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평택시나 평택시의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의문이다.
평택시의회가 2015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유독 문화예술 예산에만 날카로운 잣대와 칼날을 들이댄 것도 필자에게는 아픔으로 남는다. 물론 도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내린 결단이겠지만, 평택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문화예술 분야임을 생각할 때 전향적 결단이 아쉽다. 국악인 지영희 선생을 선양하는 분위기는 반갑지만 평택농악 최은창 선생 옛집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때처럼 포승제2산단 건설로 ‘지영희 선생 옛집 터’가 사라져버린 것은 슬픈 일이다. 지역문화유산들이 개발이란 명목으로 객관적인 고증이나 보존절차를 밟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면 향후 평택지역에는 어떤 문화유산이 남아 있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았다. 우리의 살아온 날들은 반드시 역사적 평가와 심판을 받는다. 그래서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순간순간 정직할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이 땅의 장래와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올해는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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