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장을 접하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택시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여가시설 가이드북을 만들고자 했는데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 김사무엘 사무국장
평택시북부장애인복지관

평택은 참으로 갈만한 곳이 많은 도시이다. 바비큐장과 키즈랜드·오토캠핑장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편안하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대표적 유원지로 ‘진위천유원지’가 있고 시각적인 화려함이나 서정적인 운치는 부족하지만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에 최고의 장소인 ‘농성근린공원’, 시대의 흐름을 간직한 전통가옥 ‘민세안재홍선생 생가’, 21세기 동북아의 물류 중심 평택항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는 그 곳 ‘평택항홍보관’, 생활 예술작가들과 함께 작품만들기도 하고, 소리예술도 체험해 볼 수 있는 ‘한국소리터’, 그리고 위에 열거한 곳 외에도 평택에는 참으로 갈 곳이 많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평택에 갈 곳은 많지만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조사된 문화여가활동에 대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TV시청, 가사일, 친구나 친척과의 만남이 높게 나타났고, 다른 문화나 여가활동에 대하여는 낮게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들이 다양한 문화와 여가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장애인 문화·여가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나 프로그램 개발, 가이드북 등에 대한 자료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우리도 간다> (문화관광부/2008), <따뜻한 희망여행> (한국관광공사/2009), <장애인 문화관광체험코스> (서울시/2010), <Easy place> (현대자동차, 사회복지공동모금회/2010), <제주해피누리관광복지사업> (보건복지부/2010), <휠체어로 즐기는 서울관광> (서울시/2011), <나도 여행 작가다> (서울시/2012), <길라잡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2013), <함께하는 여행> (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2013), <경기도 장애인 맞춤형 관광프로그램 도입방안 기초연구> (경기도/2013) 등 장애인의 문화·여가활동을 관광지 개발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평택시의 경우 시 홈페이지에 평택시관광지도와 가볼만한 곳이라는 타이틀로 정보가 제공되어 있지만 현장에 대한 정보나 접근로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정보는 전혀 살펴볼 수 없었다.

이에 평택시의 가볼만한 곳을 조사해 보기로 하고 평택시의 볼거리, 즐길 수 있는 곳,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곳들을 찾아 약 2개월 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참으로 갈 곳이 많았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고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환경이 준비되어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긴 하지만 장애인화장실이나 장애인주차공간이 없었고 관람할 수 있는 곳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았다. 도로가 좁아 버스가 진입하기 어려워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으며 가파른 계단으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장을 접하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택시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여가시설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만들고자 했는데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거의 없었다. 쉴 곳은 있었지만 사설로 운영돼 장애인 편의시설은 전무했다. 물론 극히 일부 몇몇 시설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의와 배려를 엿볼 수 있는 곳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을 해봤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평택시의 문화·여가시설 가이드북’을 통해 평택시의 문화·여가시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확충되어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보기로 하였다. 장애인의 문화·여가활동은 단순히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나 다양한 체험의 기회 제공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와 의의를 가질 수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에서는 경제적·신체적으로 스스로의 관광이 어려운 분들을 위하여 ‘더 행복한 버스’를 운영해 평택시 문화·여가시설 관광투어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장애인 여행해설가’를 양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