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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평택, 사람 61 - 평택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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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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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 평택


평택에 세우고 싶은 민속마을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던
옛집 그대로 모든 문화와 놀이와 일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고향을 만들어
‘고향’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누구라도 잊지 않고 해마다 찾아오는
영원한 ‘고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평택. 주말이면 가족들과 손잡고 오를 수 있는 그럴듯한 산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한여름 동네 개구쟁이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는 냇물이 있거나 휴일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번듯한 절寺刹도 찾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추억을 만들 만한 명소名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 내보일 변변한 것 하나 없는 평택인데 이 평택에서 살다가 평택을 떠난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못 잊어서 평택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느 누구 하나가 계속해서 집에 간다는 말을 되풀이 할 때면 이렇게 핀잔을 줍니다.

- 집에 엿 붙여 놓고 왔어?

그렇듯 평택에 무슨 큰 보물이라도 숨겨놓고 간 사람들처럼 태어나고 자란 고향도 아니고 단지 평택에서 몇 년간 일을 하다가 평택을 떠난 사람들이 서울에 가서도 따로 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모여서는 때마다 평택이야기로 즐거워한다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마치 군대 갔다가 온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이야기를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듯 말입니다.

이렇게 잠시 머물렀던 고장에 애착을 갖는 일을 다른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에게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평택에는 이런 말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 평택에서 돈 벌어가지고 평택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살면서 잘 된 사람 못 봤다. 결국엔 다 거지가 되더라

- 평택에서 번 돈 가지고 딴 짓을 하면 결국에는 모두 쪽박을 차더라

무슨 ‘귀신’이 붙은 땅인가요? 평택을 배신해서 잘 되는 사람이 없다니 평택, 정말 알 수 없는 땅입니다.

하지만 평택에 와서 자수성가한 분들은 너무 많습니다. 이름을 대면 누구라도 다 알만한 분들이지요. 그렇다면 평택은 복을 일구는 땅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평택을 떠난 지 어언 20년 친구가 물었습니다.

- 너 고향이 어디냐?

- 평택?

- 아니, 태어난 곳 말고 너희 고향?

묻는 사람도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도 참 난감한 질문입니다.

‘고향’이란 대대로 이어 살던 농경사회문화에서나 정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기에 말입니다.

- 나 평택에서 태어났어. 그러니까 내 고향은 평택이지

모두가 다 도회지로 떠난 시골 그래서 골목길에서는 아이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시골, 그리고 날이 갈수록 ‘콘크리트 정글’처럼 아파트가 들어서며 공룡처럼 커지는 도시都市, 그래서 사라져가는 ‘고향’

그런데 정말 우리가 마음속에 담아야 할 고향은 어디일까요? 조상님 무덤이 있는 곳?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는 곳? 태어난 곳?

그런데 장례문화가 바뀌고 돌아가신 분을 화장하는 문화가 시작되면서 이제는 명절이 돌아와도 찾아갈 조상님 묘소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돌아갈 고향도 없어진 것인가요?

초가집이 드문드문 있던 비전리와 합정리 골목길에서 구슬치기 하고 딱지 치며 놀던 아이들도이제는 도회지로 나가 일가一家를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살면서도 평택을 잊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통복시장을 오고가며 놀던 아이들은 그 시절 통복리 다리 아래 밀물 때가 되면 아산만 서해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가던 고깃배가 묶여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여행이 자유스러워지며 곳곳에 민속촌, 민속마을이 많이 생겼습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 살던 고장에 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기게 된 옛집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와 전통마을을 만들어 놓은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민속마을이나 체험관이라는 곳엘 가보면 기웃기웃 집안을 들여다보며 집밖을 맴도는 것으로 구경을 마치던지 아니면 체험이라고 해봐야 대개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봄이 오면 논에 나가 모도 심어보고 그 일이 힘들면 새참 먹는 논두렁에 물주전자도 들어 나르고, 마당 한 귀퉁이 닭장 속 닭에게 모이도 뿌려주고, 아궁이에 불도 지펴보고, 조금 큰 남자아이들은 물지게도 져보고, 댑싸리로 만든 빗자루로 마당을 쓰는 집안 살림 돕기.

여름이면 마을을 안고 흐르는 냇가에 가서 송사리·버들붕어도 잡고 논두렁에서 잡은 개구리를 미끼로 가재도 잡는 재미, 그렇게 놀이문화도 좋지만 한겨울에는 새끼를 꼬며 전통문화도 배웁니다. 그리고는 그 새끼로 기차를 만들어 골목길을 돌며 기차놀이를 하는 것이지요.

노랗게 익은 홍시 감 따기는 어떨까요? 장작불을 피워 누렇게 익은 호박을 넣고 가마솥에서 고아낸 호박범벅도 먹어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 시시때때로 농촌에서 이뤄졌던 것들을 다 배울 수 있는 ‘고향’이 평택에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방 곳곳에 민속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터가 계절마다 문을 엽니다. 겨울이 되자 아이들은 썰매타기, 연날리기, 팽이치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한쪽에서는 군고구마도 먹을 수 있어 즐겁습니다.

하지만 평택에 세우고 싶은 민속마을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던 옛집 그대로 모든 문화와 놀이와 일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고향을 만들어 ‘고향’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누구라도 잊지 않고 해마다 찾아오는 영원한 ‘고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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