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땜질처방에 불과해,
과연 누구를 위한
‘선행학습금지법’인지
다시 한 번 물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김벼리/현화고1
gkwktpsxj@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교육 과정과 방과 후 학교 시간에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가르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현재 선행학습 금지 이후 첫 방학, 복습만 가능한 학교 방과 후 수업은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의도는 공교육 강화였으나 오히려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사교육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학원은 선행학습 광고만 금지될 뿐 학교와 달리 강의 내용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금지된 선행학습은 학원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로부터 학교 보충학습은 외면당하고 학생들은 죄다 학원가로 몰리며 오히려 사교육이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모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 학원 관계자가 “예비 고3생들의 수강문의가 크게 늘었고 학원 수강생들도 많아졌다”며 “솔직히 ‘선행학습금지법’ 덕분에 요즘 학원들 경기가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결국 ‘선행학습금지법’의 실행이유도 불분명해 지고 있는 셈이다.

약해진 공교육을 강화시키고 높아져만 가는 사교육을 억제하려는 취지는 좋다. 그리고 분명 이는 문제가 있는 부분이고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선행학습금지법’은 전혀 학생들의 입장에 맞춰져있지 않고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고려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는 실속 없는 법이다.

금지를 하려면 학원·학교 모두 하거나 차라리 학원에서의 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했다. 현행 법은 공교육 강화가 목적이라면서 오히려 학교에는 제약을, 학원에는 큰 혜택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곳에서 선행학습이 금지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너 선행 할래, 안할래?” 묻는다면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현실이다.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더 잘해야 하는 마당에 선행학습은 선택이라기 보단 필수일 수밖에 없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학원을 다닐 수 없는 학생들은 그나마 학교에서 하던 방학 보충수업으로 학원 다니는 학생들과의 수준을 좁혀갔다. 그런데 이제 그마저도 없어져 혼자 공부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한 평택지역 내에 일부 사립학교들은 교육청 눈을 피해 보충학습 시간에 선행학습을 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과연 누구를 위한 ‘선행학습금지법’인지 다시 한 번 물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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