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국민과 약속한쌀 관세율
513%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치권은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쌀 관세율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 이상규 정책실장
평택농민회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쌀시장이 관세화로 전면 개방되어 누구나 관세만 부담하면 자유롭게 쌀을 수입·판매할 수 있다. 사실상 싼값에 홍수처럼 밀려들어올 수입쌀에 맞서 민족의 생명줄이자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장치는 수입쌀에 부과되는 관세율에 달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유지해오던 쌀 관세화 유예정책을 종료하고 513%의 관세율로 시장을 개방하면 수입되는 쌀이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하며 쌀시장 전면개방을 서둘러 발표했다. 또한 박근혜정부는 본격적인 쌀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치 513% 관세율로 수입쌀을 막아낸 것처럼 국민들에게 홍보하기 바빴으며 국민들도 쌀 협상이 모두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입쌀 관세율 513% 선언은 우리 정부의 희망사항이며 이제 쌀 수출국과의 험난하고 기나긴 협상이 시작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초부터 미국·중국·호주·태국·베트남 등 쌀 수출국이 한국의 513% 쌀 관세율이 너무 높다며 WTO세계무역기구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물론 쌀 수출국들의 이의제기는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다. 문제는 쌀 수출국들이 지나치게 낮은 관세율을 제시하며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비롯한 쌀 수출국들은 대체로 약 200% 수준의 관세율이 적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수입쌀에 부과되는 관세율이 200%가 된다면 수입되는 밥쌀용 쌀 가격은 국내 평균 쌀값과 비슷한 수준이 되고 쌀 수출국의 작황이 좋을 경우 수출 가격을 낮춰 엄청난 양의 쌀이 수입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쌀 수출국들은 관세율 외에도 매년 우리나라가 관세화 개방과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40만 8700톤에 달하는 의무 수입쌀에 대한 국가별 쿼터와 밥쌀용 쌀의 비중, 그리고 수입쌀의 해외원조 문제를 다시금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있다. 국가별 쿼터는 기존 수출국이 자국 쌀의 물량을 보장받는 것으로 수출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사안이며 밥쌀용 쌀의 비중과 수입쌀의 사용처 문제는 우리나라 쌀 농업 보호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쌀 관세율 협상의 더 큰 문제는 WTO 회원국과의 협상뿐만 아니라 현재 박근혜정부가 가입추진 중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도 다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은 쌀 관세율 철폐 내지는 대폭 감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명 정부는 쌀 전면개방을 선언하며 “쌀 관세율 513%로 우리 쌀을 지킬 것이며 어떤 경제협정에서도 쌀은 제외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말한 약속을 ‘문서’로 만들어 놓는다면 더욱 안심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아닌가?

정부가 국민들과 농민 그리고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 쌀 관세율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쌀 관세율 특별법’ 제정인 것이다. 쌀을 지키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정부는 특별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저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국민들은 정부의 구두약속을 믿을 수 없다.

이제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정부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쌀 협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농업 강대국의 위협으로부터 식량안보를 지켜내고 국민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내기 위해 국민들이 뽑아준 국회의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