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안전교육,
우리도 이제 직접적인
체험중심의 안전교육이
필요한 때다

 

▲ 김벼리/현화고2
gkwktpsxj@naver.com

사이렌이 울린다. 스피커 너머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운동장으로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은 일제히 펜을 내려놓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계단을 내려간다. 이는 바로 학교의 흔한 ‘재난대비훈련’ 때의 모습이다.

작년 세월호사건 이후, 이러한 안전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일 년에 한 두 번이었던 안전교육을 지난해에는 학기별로 두어 번은 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안전교육들을 생각해 보자면 학교 강당에 모여 외부 강사의 안전교육듣기·심폐소생술 해보기·운동장으로 직접 대피하는 대피훈련 등이 있었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미묘한 횟수의 차이지 안전교육은 꾸준히 시행돼오고 있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내가 과연 실제 이런 상황이 온다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사실상 학교에서 하는 안전교육이란 일반적으로 이론을 듣기만하는 지루하고 형식적인 수업이다. 직접 체험하는 거라고 해봐야 한 두 명의 소수 학생들만이 체험하거나 선생님이 대신해서 보여주는 식이 다반사이다.

학생들은 그 시간을 이용해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잠을 자기도 하며 친구들과 떠들다 선생님에게 혼나곤 한다. 참 효율적이지 못하고 ‘보여주기식’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나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현화고 1~2학년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화재 예방·교통·여행·보건 등과 관련해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 34% ▲잘 모르겠다 18% 등 ▲부정적 의견이 전체 56%로 실질적으로는 긍정적 의견보다 부정적 의견이 높게 나왔다.

매년 매 학기 안전 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안전 교육의 형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 해석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실시한 각종 재난안전훈련은 재난대응요령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37%가 아니오라고 응답했고 ▲19%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해 ▲부정적 답변은 모두 56%였다.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실전에서의 실천여부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안전교육을 하는 이유가 실제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을 익히기 위함인데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게 현재 학교에서 하는 안전교육의 현실이자 한계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횟수만 늘리면서 상황은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학교·회사·기관 단체들에서 대폭 늘린 안전교육·안전 수칙들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아직도 뉴스에서 사건·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우리도 이제 직접적인 체험중심의 안전교육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