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몇 년 이상 된 미군 주둔지의
독특한 풍경과 숱한 골목들
미군을 겨냥한 외국 음식점,
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군용 철길,
차 없는 거리의 쇼핑몰과
리틀 이태원으로 불리는 낯선 풍경들
반경 100여 미터 안쪽에 몰려 있는
이런 것들이 바로 관광 상품들이다

 

▲  이수연한국사진작가협회
前 부이사장

결국 스파클링 걸스가 6강 문턱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요즘 모 지상파 방송에서 진행하고 있는 ‘K팝스타 시즌 4’ 이야기다. 본방 사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케이블 채널을 뒤지거나 휴대폰 검색을 통해서라도 결과를 확인하게 만든 스파클링 걸스의 예기치 못한 활약은 여기까지 만이라도 진정 갈채를 보낼만한 사건이다.

가수를 지망하는 어린 참가자들이 나와서 저마다의 기량을 뽐내고 즉석에서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들의 평가를 받는 그 프로그램은 지난해까지도 전혀 관심 밖이었다.

어느 일요일 저녁, 걸 그룹 지망생 같은 4인조 소녀들이 노래를 불렀다. 3인의 심사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극찬을 한다. 그 직전 라운드까지만 해도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개인 참가자들을 심사위원들이 권유해서 4인조로 묶어준 뒤 완전히 다른 참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다음 라운드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서로 원하는 참가자들 끼리 팀을 이루는 과정에서 모두가 기피한, 그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개개의 그녀들은 자기 동네에서 노래깨나 부른다는 인재였을 게 틀림없다. 수 만 명이 참가한다는 예선을 당당하게 통과해서 본선무대에 오른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런 그녀들이었지만 실력 차는 어쩔 수 없었고 다음 라운드에서 당연히 탈락을 점쳤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조 1위로 올라갔다. 각각에게서 부족한 것들을 서로 채워주며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한 결과 꿈의 무대라며 참가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8인의 생방송 무대까지 아주 가볍게 진출했던 그녀들이다.

스파클링 걸스에 이토록 심취한 건 이름도 모르는 그녀들 자체보다 상호보완으로 자기 능력 밖의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 이유인 것 같다. 방송을 보는 내내 평택의 어떤 것들에 그녀들의 활동을 대입하고 있었다. 특히 송탄지역에 주둔한 ‘미군’들이 그렇다. 네거티브 한 기피대상이고 기껏해야 유치해야 할 관광인구 쯤으로 여기는 ‘미군’을 지금까지의 관점과 달리 볼 수는 없을까, 활용할 수 있는 관광요소로 바꾸어보고 거기에 ‘그 어떤 무엇을 결합할 수 있다면?’, 이게 스파클링 걸스를 향한 관심의 속내였다.

60 몇 년 이상 형성된 미군 주둔지의 독특한 군사문화·난개발·저개발 된 지역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숱한 골목들, 미군을 겨냥한 십 수개 국가의 외국 음식점, 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군용 철길, 관광특구로 지정받은 차 없는 거리의 쇼핑몰과 리틀 이태원으로 불리는 낯선 풍경들. 이렇게 열거한 요소들 모두 반경 100여 미터 안쪽에 몰려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관광 상품들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사진을 찍는다며 찾아다니던 국내외의 풍경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게다가 전철역이 직선거리로 600~700미터 곁에 있다. 이것들을 묶어서 입소문만 나게 한다면 꽤 그럴듯한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 들지 않는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이런 요소들의 상품가치를 모르고 있거나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타지의 사진인들이 송탄에 와서 이구동성 내뱉는 말이 ‘외국에 온 것 같아요. 이런 곳이 있었어요?'다.

한번 논의라도 시작해 보자. 삼청동이나 통영 동피랑 그리고 파주 프로방스 같은 관광지도 처음에는 아주 미약하게 시작한 곳이다.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기다리거나 밖으로부터의 예산에만 기대서는 타성만 생길 수 있다. 스스로 시작하고 거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동력을 요청하는 선에서 출발한 뒤에 가능성을 보고 다시 방향을 잡으면 된다. 무언가 한 방 터뜨릴 수만 있다면 대박 날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것들, 스스로의 관심과 최소한의 지원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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