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희 지음/푸른책들

  

▲ 김혜진 사서
평택시립 팽성도서관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의 집을 그리워한다. 가족들과의 따뜻한 기억, 동네 친구들과의 철없던 추억이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순희가 살았던 집은 철거되기 직전의 산동네 B지구에 있는 작은 건물일 뿐이지만 순희에게는 퇴근하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곳,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어머니를 그리는 곳, 집을 떠나간 형제들을 떠올리는 곳, 창문 너머 정훈이의 발소리를 몰래 숨죽여 듣는 곳이다. 비록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진한 그리움을 남긴, 어린 순희의 진솔한 이야기 ‘순희네 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순희네 집은 불을 켜지 않아 어두운 작은 상자 같다. 늙은 아버지와 어린 순희 둘이 사는 집의 적막감을 시끄러운 텔레비전 소리로 지워버리려 하지만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컴컴한 집이기는 해도 햇볕이 잘 드는 작은 방의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면 마루·벽·부엌·초록 소파·작은 방·다락까지 집 곳곳에 담겨있는 순희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골목, 우물과 같이 동네로 시야를 넓혀보면 무녀복을 입은 성희 엄마, 소아마비를 앓는 철이 오빠,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않고 떠난 미용실 아줌마, 머리 깎는 일을 좋아하는 노할머니까지 마을 사람들의 삶도 단편적으로나마 마주치게 된다.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늙은 아버지한테 태어난 게 너무 싫어. 왜 난 이런 집에서 태어난 거야!”라며 대들던 순희가 자신을 이고 가는 아버지의 등에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갖게 되고, 처음 만났을 때는 입술을 깨물고 노려보았던 새엄마의 아들 태양이의 안부를 묻게 되며, 나쁜 아이들과 함께 순희를 괴롭혔기에 마음속으로 잊으려 노력했던 정훈이가 보낸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게 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렇게 순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공감과 감동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른들에게는 순희처럼 아버지와 함께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어린 시절의 집을 떠올려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순희네 집>은 유순희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로 ‘제14회 MBC창작동화대상 수상작’ 공모에 뽑혔던 작품을 몇 년을 두고 묵히면서 새롭게 다듬어 청소년 소설로 펴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박하고 섬세한 문체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소녀의 외로움과 동시에 어린 순희에 대한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장미 덩굴이 온 집을 덮은 집.

바람개비처럼 장미 향기가 돌고 도는 집.

순희네 집.

순희네 집과의 영원한 이별 앞에서 장미 향기가 가득한 집을 꿈꾸던 어린 순희가 자라 어느덧 자신의 성장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것을 보며 앞으로 내가 되고 싶은 집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장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4월의 따스한 봄날, 빨간 장미꽃이 가득한 ‘순희네 집’을 꿈꿔본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