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안전성은 국민 의식에 비례한다” 지난 1988년부터 시작된 유럽과 미국 간 성장호르몬을 주입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무역 분쟁이 극에 달했을 때 ‘과학’을 외치는 미국 측을 상대로, 유럽에선 이렇게 대꾸했다. WTO 세계무역기구 패널에서 승소한 미국은 1999년부터 매년 1500억 원이 넘는 보복관세를 부과했지만, 유럽은 수입 규제를 풀지 않았다. 2021년 3월에 이르러서야 유럽의회는 비로소 성장호르몬을 주입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에 한해서 수입 재개를 승인했다. 성장호르몬을 둘러싼 30년에 걸친 미국과 유럽의 쇠고기 무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 25일이 가까워져 오면 한국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전쟁이었는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야기한다. 지난 6월 5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되면서 권한과 기능이 강화됐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기리다’는 칭찬하고 기억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 왔을까.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박석수의 소설 에는 한국여성과 결혼하면 진급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동거하던 미
6월이 무르익었다. 태양의 빛깔이나 농염 정도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여름이 분명하다. 절기상 하지에 이르러 하루해의 길이도 가장 길어졌다. 그만큼 더위의 농도도 짙어져 긴 여름날을 땀과 함께 보내야 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일기예보가 부정확한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예보란 반드시 적중해야하는 필연의 조건이 붙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미리 알아보는 것일 뿐 일기예보가 맞지 않았다고 따져 묻는 이는 없다. 그러나 가능하면 적중률이 높은 일기예보일수록 우리들 삶의 여정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오히려 100퍼센트
4월 20일 장애인의 날, 6월 3일 농아인의 날, 7월 4일 지적발달장애인의 날, 10월 15일 흰 지팡이의 날, 11월 11일 지체장애인의 날. 1년 365일 중 이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왜 기념일을 만들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변화를 기대하는 희망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얼마 전 한국농아인협회에서 6월 3일 농아인의 날을 맞이해 ‘농인의 중심으로, 역동적 농사회, 변화와 주도’라는 슬로건으로 대한민국 농사회의 발전과 농인 중심의 주체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미래를 향한 도약과 변화를 모색해 나아
농업과 제조업 기반 2차 산업에 종사하는 현장 근로자 인력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책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체계적 수급·관리 방안을 마련해 외국인 근로자를 평택시로 유입시켜 인력난 해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평택시 외국인근로자 수급 및 관리방안 연구회’를 제안해, 4명의 동료 의원과 6명의 전문가를 모시고 올 11월까지 연구회를 운영하게 됐다.크고 작은 회의와 행사를 다니다보면 지역의 필요한 현안과 민원을 수시로 접하게 된다. 특히 농업 기반의 진위면과 서탄면은 정주 여건 저하로 인해 젊은 농촌인력이 떠난
평택시청 앞 대로를 운전하며 지나다가 가로등에 부착된 포스터를 보았다. 평소에 좋아하던 친숙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회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 기간을 메모했다. 미뤘던 전시회에 간 날은 마감 하루 전날인 5월 20일 토요일. 의외로 관람객이 많았다. 비록 원작을 복제한 레플리카展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오후 2시 해설자의 안내를 받으며 들뜬 마음으로 감상을 시작했다.클림트(오스트리아, 1862~1918)는 소년기에 공예미술학교에서 고전주의의 위대한 예술가를 모방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이 시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지난 5월 11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아리랑고개 사거리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평택 출신의 민족운동가 민세 안재홍 선생의 국내 첫 동상 제막식이었다. 민세 선생과 돈암동은 소중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지낼 때 줄곧 종로구 평동에 기거하면서 국내 민족운동을 이끈 민세는 1941년 이곳 성북구 돈암동으로 이사 와서 살았고, 1950년 6·25전쟁 때 납북당할 때까지 이 지역에 머물렀다. 생애 아홉 번째 투옥인 조선어학회 사건, 집필, 해방 후 국내 민족지도자를 대표한 첫 해방연설, 국민당과 한독당 활동, 신
연이은 초여름 단비로 온 세상이 초록으로 우거지기 시작했다. 초봄의 파릇파릇함에 비하면 확연히 그 푸른빛이 짙어져 본격적으로 녹음으로 우거질 채비를 하고 있는 듯 상쾌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초췌했던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기지개를 켜면서 한입 두입 뾰족한 이파리를 내밀기 시작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애틋하였다.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변해가는 나뭇잎의 왕성함이 있기에 더욱더 푸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비가 걷히고 영롱하게 내리쬐는 햇빛 한 가닥조차도 남김없이 받아들여 광합성을 통해 지구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듯 점점 더 넓고 크게
이민진의 소설 의 마지막 장 ‘시작과 끝, 도쿄 1989년’을 다 읽었다. 왠지 모를 눈물이 앞을 가렸다. 선자가 남편 이삭의 무덤을 찾아가 아들 노아를 그리워하며, 가지고 온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의 사진이 달린 열쇠고리를 땅에 묻는 장면에 목이 메었다. 긴 가족의 역사가 그렇게 마무리됐다.소설의 중심인물인 비련의 여인 선자와 그녀의 어머니 양진, 선자의 첫사랑이자 평생 가슴의 연인으로 품고 살아야 했던 한수, 훗날 일본 오사카를 주름잡는 야쿠자 보스인 한수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노아, 사생아가 될 뻔했던 아들 노아를
평택시에 등록한 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다섯 가지 유형의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수어통역사,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했다. 행사장 앞에는 ‘차별은 없이, 기회는 같이, 행복은 높이’ 슬로건이 쓰여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평택시에 특수학교를 세워야 한다며 1인 시위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코로나19로 만나지 못했던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안아주기도 하고 안부를 묻는 모습이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장애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장애인으로 차
대한민국이 이미 선진국이라고들 한다. 선진국은 부자만 풍요로워서는 안 되고 모든 국민이 불안하지 않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다.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래서 주인인 우리는 매번 선거를 통해 우리를 대의할 대리인을 선출한다. 따라서 그 대리인이 정치를 잘해주면 제대로 주인 대접을 받을 수 있어서 안심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인인 국민이 원하는 대로 정치를 하지 않아서 즉, 대의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불안한 세상이 지속되고 있
세상이 온통 하얀색이다. 어쩜 저리도 희고 맑을 수가 있을까 연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길가의 파수꾼들이 저리 고운 마음씨를 내포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감격스럽고 경이롭고 신기하다.죽은 듯 고요했던 저 마른 가지에서 돋아난 보석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경탄스럽기도 하다. 세상의 수많은 꽃이 제각기 형형색색으로 자태를 뽐내기도 하지만 마음의 사심이 하나도 없는 듯 저리 하얘지기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충북 제천 청풍호반에 도열한 천사 벚나무들의 날개를 보았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의 손짓에 한참을 멈춰 서서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
“그날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에요. 내 안에 나도 잘 모르는 이상한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어요. 엄마 ‘루루’가 먼저 우리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되었을 때만 해도 너무 슬펐지만, 아빠 ‘가로’가 있어서 견딜 만했어요. 그런데 아빠마저 엄마를 따라가 버렸을 때는 앞이 막막하고 살 기운을 잃을 만큼 슬펐어요”“올해 들어와 사방에서 봄기운이 일어나자 나는 더 이상해졌어요. 밥도 먹기 싫고 간식도 흥미를 잃었어요. 외롭기도 하고 무언가 답답해서 견디기가 어려워졌어요. 이 우리 안 공간이. 나를 돌봐주는 동물원 직원인 언니가 걱정하며 나
정부가 300조원 규모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하고, ‘국가첨단산업벨트’ 구축 위해 14개 지방 국가산단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특히 용인시 이동읍 시미리, 화산리, 남사읍 창리 일원 710만㎡(약 215만평)를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지정, 세계 최대 규모 첨단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로 조성해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가 발표한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은 미래 산업 먹거리 확대를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환영할만한
‘육삼정의거’ 9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17일 원심창 의사 유품 기탁식이 있었다. 1906년 평택 팽성에서 태어난 원심창 의사는 1923년 일본으로 건너가 아나키즘을 수용했으며, 박열과 함께 흑우회, 동흥노동조합東興勞動組合, 흑풍회黑風會, 흑우연맹黑友聯盟 등 무정부주의 단체에 참여하여 항일운동을 전개했다.1930년대 초반에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하여 남화한인청년연맹南華韓人靑年聯盟, 흑색공포단黑色恐怖團에 참여하여 의열투쟁에 적극 참여했다. 1932년 11월 톈진 일본영사관과 일본 병사 등에 폭탄을 투척했고, 이듬해인 1933년 3월
몇 년을 섬겼던 어르신의 임종이 가까웠다는 보호자 연락을 받고 요양병원에 갔다. 평소 검은머리를 곱게 정리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주셨던 어르신이셨는데 몇 달 사이 죽음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각종 의료장비에 얼굴은 개나리처럼 노랗고 초록가래를 컥컥 뱉어내고 계셨다.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방문요양을 운영하다보니 어르신들의 죽음을 가까이 지켜보며 누구나 처음인 죽음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 그 죽음과 친해보려 한다.어르신들을 만나면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이 “아퍼…,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에구, 너무 오래 살았
봄이 오고 있다. 흔히 그렇게 오는 봄을 기다린다. 하지만 정작 봄은 그렇게 오는 게 아니라 봄기운으로 흔들어 깨워야 온다. 봄기운은 바람이다. 바람이 훈훈하게 불어와야 봄은 깨어난다. 갈수록 계속되는 흉흉한 지구촌 소식에 좀처럼 봄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어떻게 봄기운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그건 훈훈한 뉴스가 들려와야 가능하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재난 당한 이들에게 지구촌 온정의 바람이 불어와 재난당한 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때가 아닐까? 대한민국 국민들은 순수하게 저들의 고통에 동참하려고 정성껏 모금에 참여해 이미 모금액이
헤아린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고 세심한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아주 정교하고도 정확한 축적의 기술이 동원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주변과의 이해관계를 풀어 나갈 기법이나 노하우 같은 비결도 곁들여져야 하며, 좁은 곳에서 넓은 곳을 바라보며 그 속에 묻힌 작은 나를 정확히 찾아 그려내야만 하는 고도의 첨단기법이 필요하다. 조금의 사심이나 편법이 존재할 수 없으며 사사로운 편향에 의해서는 더욱더 불가능한 기술이기도 하다.측량이란 측지기술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해관계와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생
3월 8일은 세 번째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선거’이다. 우리 평택지역도 안중, 송탄, 평택, 팽성 등 지역 농협 네 곳과 축협, 원예농협, 산림조합, 수협 등 네 곳을 합해 여덟 곳에서 2만 1000여 명의 조합원이 직접 선거에 참여한다. 2월 23일부터 3월 7일까지 단 13일 간의 빠듯한 일정으로 농촌 현장은 벌써부터 달궈진 상태다.조합장선거를 ‘직접민주주의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선거운동이 가능한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계속되는 농가경영의 악화와 농촌지역의 소멸화, 그리고 기후위기에 따른
유난히 추웠던,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이 지나갔다. 어느덧 입춘이 지났고 봄이 다가옴을 느끼게 하는 영상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45년 만의 쌀값 최대 폭락이라는 사태를 겪은 농민들의 마음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정부와 여당이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마땅한 대책도 세우지 못 한 채 시장 기능에 의한 자율적 수급 조절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모든 것 내주고 쓸쓸해진 겨울 들판에도 새로운 봄은 오는데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우리 농민들의 가슴엔 언제 봄이 오는